그 사내

 

                                                   최 신 림



바람이 사그라진 정거장에 핏기 없는 그 사내는

바튼 기침을 뱉으며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그이 옷에선 오래된 비릿한 냄새가 스멀스멀

고양이를 불러들여 하수구로 흘러들어간다

 


시들어가는 태양이 풀어낸 검은 연기는

굴곡이 심한 아스팔트를 붙들고 다리미질 하지만

쭈글쭈글한 그의 옷은 잘 펴지지 않은 구김의 쇳소리로

도심 삼켜 올곧게 뻗은 울대를 휘어진 엿가락처럼 농락

한다

 


지난여름 사력을 다한 큰 강의 드높은 보 는

물살의 배를 깊이 갈라 텅텅 긁어 쌓은 모래와 자갈

몇 사람의 검은 창고 같은 입으로 밀어 넣어

자유로이 물속 헤엄치는 물고기의 부레를 부풀려

지친 뭍으로 매몰차게 내던져졌다

 


유통기한 넘긴 B.B 케이크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투명 비닐봉지 뚫고

신출귀몰한 위장막으로 신도시에 이중 투망을 친다

끈적끈적한 그물망에 수 없이 잡혀 날개 꺾인 새들

이 산과 저산 싸잡아 안개 무리 깊숙이 모습 숨겨

순한 자들 청맹과니로 만들었다

 

점점 흙빛으로 변해가는 사내의 얼굴에서

하나 둘 웃음이 사라지고 모래바람이 인다


여러 검푸른 댓잎 바람에 쫓기던 초라한 몰골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고

바자울 비좁은 외딴집에 거울로 돌아누워

곰삭은 이율배반의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며

초침에 빛 잃어가는

어두운 벽을 낮은 호흡으로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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