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가 시인이다

 

                           최 신 림

 

바다에서는

조개가 시인이다

 

지상에서 소박맞은 자투리 언어

궁색한 바람에 모두 빼앗겨

섬들이 펼친 하얀 백지에

펜 혹으로 불어 튼 파도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사투 벌인다

묵계의 시간을 삼켜버린 수평선

눈귀와 입 해암 에 묻고

빛바래고 찢겨진 묵직한 종이

손때 묻은 작은 궤에 숨긴다

재래식 장맛 나는 해풍에 떠밀려

스멀스멀 꿈틀거리는 각진 언어

풍선 같은 둥근 모래밭에 뭉텅 쏟는다

퀭하게 색 바랜 공책 갈피에 옹기종기

삼중으로 둥글게 감아 오른 푸른곰팡이는

제 몸에 붙은 시간의 껍질 벗겨

첫 마음 잃지 않으려 매운 눈 비벼 가며

묵묵히 자신의 장지에

옹이 박힌 뭉툭한 살 깎아

매끈한 옥구슬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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