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2

 

                                 최 신 림

 

대여섯의 중년 사내들이

자신을 애써 감추고 지우려

눈을 파랗게 멍들이고 날 선 입술엔

시뻘건 루주로 광대 입술 만든다.

바짝 마르고 밋밋한 앞가슴에

까맣게 때 낀 C컵 뽕브라와

엉덩이 치켜 올라간 스커트 입는다.

한오백년 노래 부르며

고무줄로 묶은 고무신을

음악소리와 웃음소리로 빽빽한

사람들 향하여 휙 발길질한다.

허공을 양편으로 갈라놓은 검정고무신

씨줄과 날줄로 짜인 올가미에 걸려

멀리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질척한 땅바닥에 나뒹구는 자존심

황급히 쥐구멍으로 말려들어간다

동맥 타고 온몸으로 쫙 퍼져 울리는

젊은 날 방황의 뜨거웠던 쇠북소리

미세하고 시큰하게 눈가 떨려오면

엿가락 장단에 맞춰 손가락에 피어난

붉은 꽃잎을 굳은살로 지워야 했고

울퉁불퉁하고 뭉툭한 녹슨 기억

엿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내듯

흰머리 성성한 사내는

북과 장구 찢어지도록

신 들린 사람처럼 무참히 내리친다.

 

홈으로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