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최 신 림

 

바람은 특별히 튼튼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무쇠 담금질하여 아집으로 고온에서 만들었기 때문

에 아주 튼튼하다 우리 집 개들이 플라스틱 밥통을

죄다 물어뜯어 놨기에 재활용 차원에서 철밥통 몇 개

주워왔다 송곳 같은 이 드러내며 아무리  물어뜯으려

해도 깨지지 않는 것은  테두리를 애매모호한 법으로

튼실하게 묶었기에 안심하다. 큰 밥통 숭배하는 이

굽실거리고 밤새 바람의 혀로 핥아 손바닥만 한 솜사

탕 같은 조각 그릇 크게 만든다. 그 뒤를 침 흘리며

따르는 무리들 아무 영문도 모르며 어둠 쫓아 도심

배회할 때도 종종 있었다 오염물질이 샛강 넘쳐 생

태계를 뒤틀어 등 구부러진 물고기가 탁한 부유물질

속에 살아도 철밥통은 끄떡없다. 몇몇 개들은 뜬 구

름 같은 밥통을 머리에 베고 누워 어둠 속의 검은 별

의 숫자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셈도 참 잘한다. 밥통

이 소리 내며 배고프다고 바람에 뒹군다. 검은 굴뚝

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이옥신이 듬뿍듬뿍 뿜어

나오며 토양의 목을 시나브로 짓누르는데 개들은 고

깃국에 기름진 밥이 넘쳐나는 철밥통에서 눈길 떼지

못하며 아우성이다. 다이옥신의 축적으로 도심이 폐

허로 변해가도 무쇠 철로 만든 그릇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모두 선호한다 나는 역겨워 밥통을 무심코

허공을 향해 뻥 차 버렸다 그러나 밥통은 깨지지 안

는다. 오로지 찌그러질 뿐이다

애매모한 법 테두리로 아주 잘 만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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