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 인형

 

                                          최 신 림

 

영혼의 바다를 건너 살아 있는 불빛으로 바라본다

어둠 밝고 움직이는 목각인형은 맑은 소자 남기며 사

방으로 흩어져 조용한 눈빛으로 내 두 눈 도려 고독한

사유와 노닐다 사라진다

 

슬픔이 몰려오고 검은 활자는 눈앞에서 초라한 옷 벗

는다. 입은 있어도 말 못 하고 어둠을 입에 물고 썩어

가는 고기 덩이에 혼 불어넣어 오늘 밤 남은 영혼 빚

는다

눈에선 고통의 물방울이 무겁게 가슴 뚫는 작업 한다

 

뚫린 가슴으로 바람이 소리 낸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만큼의 영혼을 소비하자

하루의 일정한 양만큼 주어진 생명은

자정의 종소리와 함께 저편으로 숨어 버린다

 

종소리가 짙게 깔리고  한 줌의 영혼이 머리맡에 놓여

진다 날이 밝으면 황량한 거리를 휘적휘적 거닐며

태양을 향해 모두 던져 버리자. 그렇게 몇 번 반복

하면 내 왔던 길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은 한 발짝 단

축된다

 

어둠이 내리고, 오늘 주어진 시간 다 소비하지 못하

여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나머지 영혼을 계산해보니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내일로 향하는 소리로 들린다

 

목각인형은 한 움큼 영혼을 손아귀에 쥐고 난간에 서

서 바람에 모두 털어 버린다

'어제 내가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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