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자화상 2.

 

                                                    최 신 림

 

약간 맛이 간 40대 중년이 길을 묻는다. 여보세요.

연희동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곳에는 인

간의 탈을 쓴 저승사자가 산다고 하던데 그곳을 알려

줬으면 고맙겠습니다  껌 씹던 아가씨는  재수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빙빙 돌리는 시늉을 해

보며 남자 친구 팔을 재빠르게 끌어당긴다. 중년의

사내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방향 잡지 못하고 털썩 주

저 앉아 수많은 행인을 보며 담배 한 모금에 긴 한숨

들어마신다. 그날도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었지! 귓가

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눈앞으로 들어오는 탱크와 헬

리 콥터 소리 옥상에 숨어있는 저격수 간간히 확성기에

서 울려 퍼지는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 소리들이 혼란

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총부리를 겨눠야 했었지!  마지

못해 군중 향하여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에 죽고 사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니까 왜 내가 그

자리에 총 들고 서 있어야만 했을까? 발포의 명령 소리에

총부리에선 긴 소리로 일제히 불을 뿜었지! 눈을 감고

내 가슴 볶아대듯 방아쇠 당겨야 했었다.

나를 바라보며 꺼져가던 그 초롱초롱한 눈빛들 '화려한

휴일"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짓밟힌 어린 영혼 충정봉

아래 쓰러진고 군화 발에 머리가 깨진 뇌수는 벽으로

튀고 가슴에 콸콸 흐르던 핏줄기는 교복을 적셔 아스팔

트에 붉은 그림으로 땅을 적셔가던 그 학생! 내가 쏜 총에

분명히 어린 그 소년은 구멍 난 가슴에 솟아오르는 피를

작은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인도로 꼬꾸라져 숨을 몰아 쉬

었다.  소년은 저승길에 다가가는 무거운 눈꺼풀 밀어 올

리며 구름 뒤에 숨겨진 희망의 자유를 찾았다. 정말! 저 무

리 속에 간첩이 있을까? 명령을 하달한 큰 별들은 꺼져 가

는 그 어린 소년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았을까?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명령만 내리며 그곳에 와보지도 않았

겠지. 하수인들은 그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았을까?

아마 알지도 못하며 그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혼이

빠진 허수아비 같은 존재들! 인간의 탈을 쓰려면 똑바로

써야지... 법치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인 살인을 하고도 살

아 있는 파렴치한들! 나는 밤마다 환청에 시달려 술로

눈과 귀를 틀어막고 민주화를 갈망하는 불쌍한 영혼들

에게 손발이 닳도록 빌어야만 했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죄를 면할 수 있으니까 '나도 피해자이다' 역사의 수레 바

퀴에 깔려버린 가해자가 아닌 우리는 엄연한 피해자이다

'사수하라은 한마디 말로 부서진 수많은 넋' 담뱃재가 잡

념 끝에서 떨어져 내린다. 오늘도 두 눈을 부릅뜨고 떳떳

이 도심을 활보하는 그 살아있는 저승사자를 찾아 꼭 묻

고 싶다

'피의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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