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자화상 4

 

                                        최 신 림

 

오늘도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강남에 네온사인이 하나 둘 켜지고 젊은 사내와 계집

들이 환락의 냄새를 맡고 스멀스멀 길모퉁이를 돌아

연기처럼 일렁거린다.반짝이는 불빛은 길거리에 움

직이는 모든 것들이 돈으로 보일 때 지하의 술집들은

인간을 하나둘씩 안주로 집어삼킨다. 기본으로 맥주

3병과 안주로 눈이 덜 감긴 오징어의 눈알들이 접시

에 올라온다. 잠시 후 사회자가 이색 이벤트를 주선

한다. 오늘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에게는 고급 승용

차를 준다고 이야기하자 모두 술잔을 치켜들며 환호

한다. 매일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놓고 춤판을

벌이는 이곳, 음악이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자 접시

위에 있던 눈알들이 일제히 일어나 손뼉 친다 조명은

반쯤 춤에 미쳐 버린 아가씨에게 집중된다. 대학 다니

는 술 취한 아가씨는 웃통을 벗어 버린 지 오래고 팬티

가 살짝살짝 보일 때  테크노에 미쳐 버린 조명은 그

곳을 비추며 환호성에 휩싸인다. 밀폐된 사각의 뒤지

속엔 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미 알코올에 찌들어 버린

눈들만 거울에 무성히 반사된다. 혼자 거울 보며 자신

이 유명한 배우인양 고개를 흔들며 암내 난 고양이와

먹이를 찾아 발정 한 수캐는 서로 비벼대며 살 냄새 맡

는다. 긴 머리를 한 손에 휘어잡고 단내를 풀어내는

계집애, 이미 술이 사람을 먹어 버린 소파에선 수놈과

암놈이 뒤 엉켜 애무를 하고 있다. 며칠 전의 일이 떠

오른다. 속이 메스꺼워 검사해보니 이미 몇 개월이지

났단다. 어떤 놈의 씨인지 도대체 생각이 나질 않는

다. 의지는 술과 환락에 무너져 달콤한 인간의 허물

속으로 빨려 들어 정욕의 기나 긴 낭하 끝의 문을 두드

린다.의사 선생님은 이번에도 또 왔냐는 비웃음의 인

사 말에 나는 참아야 했다.의사와 몇 마디 이야기가

오간 뒤 살인을 자행하기 위해 수술실로 향하며 긴 안

도의 한숨을 몰아 쉰다. 불쌍하지만'나를 위해 너를

지워야 한다'는 강한 생각이 삼정목 지나 사형대로 향

하는 암울한 사형수의 마음을 읽을 것 같다. 그도 살

인을 하였고 나는 의사와 야합하여 살인을 자행하는

중이고...긴 갈고리와 가위들이 질의 긴 회랑을 지나

깊숙한 자궁 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를 잡으려 조준

하자 "살아야 한다" 외치며 이리저리 도망치다 넘어

진 태아의 심장에 긴 갈고리가 박혀 난도질당하기 시

작 한다. 팔이 잘리고 머리가 으깨지고 심장이 터지고

핏덩이는 차가운 호스의 흡입에 이끌려 검은 봉투에

담겨 쓰레기 통속으로 휙 던져진다. 한 어린 영혼의 희

망이 꺾여 사각의 구덩이 속으로 처 박혀 버렸다. 짧

은 시간에 영혼을 싸늘하게 도륙하는 자와 살인을 자

행한 사형수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난도질당하여

구천을 떠도는 사랑받지 못한 어린 영혼의 목소리는

술 취한 가로등을 휘돌아 폐허의 도심에 새 아침을 알

리는 한 마리 파랑새의 눈물로 우리 가슴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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