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최 신 림

추수 끝난 들판 가로지르는 가녀린 불씨 하나 울음 섞인 소녀의 외침으로 솔솔 타오른다 강바람에 맞서 조용한 시작으로 멎을 듯 멎을 듯 숨 넘어가는 호흡들은 하나둘 넓혀갔다 매운 연기 들이마실 때마다 사력 다하여 작은 깃털의 부력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걷잡을 수 없는 들불로 꺼질 줄 모르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리던 그림자와 맞서 어둠 몰아내는 불빛은 도심 뜨거운 함성으로 빌딩 흔든다 몰아치는 광풍이 식어가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네거리 서성이던 비리한 냄새 빠르게 태워버린다 초등학생 손에 들려진 희망의 외침이 인왕산 자락에 부딪쳐 고요한 동방의 나라였던 하늘을 뒤흔든다 독선과 불통 일삼던 악어의 눈물 믿고 따르는 순진한 민초를 어둠으로 몰아넣어 아수라장 만들었다 컵 속의 촛불은 바람에 지지 않는 강한 횃불로 차벽 흔들고 툭툭 떨어지는 촛농은 눈물로 흐른다 혹독한 아스팔트에 꽃으로 피어올라 파도타기로 꺼질 줄 모르는 여린 마음은 활활 타올라 푸른 기와집에서 어서 나오라고 2016년 여럿이 함께 지르는 탄핵 소린 민심의 소리로 하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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