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

                   최 신 림

 

까마득한 천년 숨결이

하늘과 바다 맞닿은 수평선 걸어오는

바다를 지키던 노인의 애달픈 노래

간간히 갈매기 울음으로 밀려와

펜 혹 불어 터지도록 백사장에 써 내려간

기쁨과 슬픔 썰물로 지워간다

 

돌벼랑 빗살무늬 퇴적으로 새겨진

담쟁이넝쿨 촘촘하게 손 뻗어

곱게 포개 놓은 두꺼운 바람 속을

한 겹 홑청으로 뜯어보고

눈에 힘주어 정독으로 들여다봐도

곱게 쌓은 미로의 마방진이다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다독여

샛별 무거운 눈으로 깜박이면

책등 모서리 설잠 빠져드는

멀리 걸어왔던 고부랑 길 빠져나와

겹겹이 돌로 쓰인 얇은 책갈피 넘기는

바닷바람 소리 홀홀 벗고

바람 따라 길을 잃어버렸다

 

 

홈으로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