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의 노래

                            최 신 림

 

논 가운데 비리非理하게 썩은

대나무 우산 가리개 삼아

뜨겁게 이는 함성

귀가 있어도 듣지도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볼 수 없는

무뇌의 허수아비를 뽑았다

 

지난날

쥐에게 사대강 유린당하고

여름 강에는 멍든 녹조가 떠돌아다니며

가슴 대못으로 가로 박힌 보들이

허물어 달라고 애원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빈정대는 위선뿐이었다

 

들판 곡식 잘 지키라

신신당부하였지만

참새 꼭두각시로

높던 곡간 담 먼저 낮추어

빗장 친 문 활짝 열어

강남의 미친 날갯짓에

방앗간 들락날락 곡간을

다 퍼내주었다

 

광화문 네거리에 고요했던 촛불

성난 광풍으로 다시 일어난다

 

붉은 피 스며든 아스팔트에

아름다운 불꽃 피어올라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지나간 자리에

다 아물지 못한 고통으로 쓰러져

차가운 바람으로 몰아치는 날

눈 감지 못한 분노들이

도심 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다

 

자유로운 꿈과 희망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하여

울대 터져라 함성소리 울려 퍼지고

목숨과 맞바꾼 민주주의 화살은

밤낮없이 쏟아진다

 

하늘에선 비가 촛불을 할퀴고

하야 위한 행진곡은 큰 물결로

광화문 네거리에 넘칠 때도

자리 연연하는 허수아비

그저 쓸모없는 불쏘시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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