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최신림

 

길고 짧은 세세한 하루 일과 마친

어둠이 빌딩을 하나둘 집어삼켜

업무에 지친 얼굴

노을 깔린 광화문 네거리에

알토란으로 쏟아낸다

 

성냥갑 같은 사무실 빠져나온

부자연스러운 얼굴

서로 바라보며 일탈 생각하니

저절로 입꼬리 올라간다

 

두툼한 구름빵으로 뭉친 네온사인

환락가 질척이는 홍등이

도심 모퉁이 휘돌아 잰걸음질 한다

 

재개발 얄팍한 속삭임에 둥지 잃고

가짜 양주에 취한 남산 뻐꾸기들

딱새 둥지에 질퍽하게 사정하고

뜬눈으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밤거리 불빛은

여기저기 휘둘러 본다

 

 

 홈으로          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