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마음 깊은  곳에 담아 두어도 녹슬지 않는 기억의 마술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까?

지난날 주체할 수 없는 청춘의 고뇌를 부여 잡고

많은 나날을 방황하며 그 시간을 가슴 깊이 묻어 두었다

색색이 물든 낙엽처럼 젊은 날은 흘러 갔지만

내게 삶의 전환이 되었던 때가 20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신안군의 어느 섬마을에 자리한 조그마한 암자에서

세상을 등지고 나의 방황이 더 이상 바람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 침묵의 시간들

야산에 올라서면 먼 바다의 파도는 바람에 떠밀려

해안선을 따라 포말로 하얗게 부서지고, 멀리  뭍에서

들어오던 여객선의 사람들이 사람이 그리운 나를 향해  

손 흔들던 모습은 아직도 두 눈에 어른 거린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방황이 모태가 되어 사고의

늪이 깊은 문학을 접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첫 시집이기에 설렘은 표현할 길 없으나 글이 투박하고

비관적이며 삐뚤어진 시각으로 보이지 않았나 내 스스

로에게 반문해본다

그러나 내 양심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펜 끝에 달린 예리한 눈으로 다른 각도에서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찾으려 노력하였을 뿐이다

 

글 하나에 나만의 철학이 담긴 시상의 혼을 불어 넣으려

노력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래서 시간의 흔적을 담은 조가조각이 희망의 빛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새로운 마음으로 이제는 봄기운의

따사로움을 불어 넣고 싶다.

 

2009년 5월  

정읍 황토현에서

저자 최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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