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한낮의 보드라운 햇살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처럼 순수

하고 여린 마음으로 때론 조심스럽게 살고 싶었습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삶의 중심에 심어 놓았던 작은 씨앗들이

그 햇살과 바람으로 조금씩 여물어 가게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물길을 내어주지 못해 시들시들 말라갈 때

바람과 햇살을 껴안은 먹구름 속에서 단비를 내려주어 또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많은 열매 중에

서 어떤 열매는 다 자라지 못해서 작고, 쭈글쭈글하고,

홈이 있어 온전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했

던 순간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합니다.

 

첫 시집<홀로 가는 길>을 펴낸 후 공백기가 있었습니

다. 그간 짬짬이 모아둔 글들을 더 이상 골방에 묵힐 수

가 없기에 쌓인 묵은 먼지를 훌훌 털고 가벼운 깃을 달아

세상으로 내보내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곳 저 곳으로 날아

다니라고 언어의 날개를 모두 달아줬습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연작시를 수록하여 보았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해 보았고, 읽다 보면 때론

싱겁기도 하고 저것도 시일까 하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사

료됩니다. 하지만 중점을 둔 것은 시의 작품성이 결어되

어 잘 쓰지 않는 이야기를 칼럼시로 거친 문구를 부드럽게

써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두 번째 펜을 들어 사회에 숨

어있는 가슴 아린 소재를 편한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

 

마지막 또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너무 일

찍 내 곁을 떠나 별이 된 어머니의 그리움을 짤막하게 써

보았습니다.

 

달이 지니 별 홀로 쓸쓸한 어둠 밝힙니다.

 

                   2013년 덕천 황토현에서

                          저자 최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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