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겨울밤

 

                                                       최 신 림

 

서산 뒤로 숨겨진 삼지창은 부챗살로 펼쳐

힘 다 소진한 태양을 쥐락펴락 삼키며

불그레한 하늘에 목탄木炭의 어둠 칠한다.

 

물기 묻은 손가락 문고리에 찰싹 달라붙어

놓아주질 않는 추위가 기나긴

겨울밤 여울어가면

백등유에 심지 깊이 박고 힘차게 빨아올려지는

가늘게 흔들리는 호롱불빛 방안 어둠 몰아낸다.

 

아버진 낯에 물기를 덧칠한 촉촉한

몇 개 짚 다발을 몇 번 탁탁 털어

잔 부스러기를손질하여 방으로 들여온다.

 

잘 다듬어진 짚 다발 하나

왼쪽 옆구리 근처 적당한 자리에 놓고

어머니와 나란히 머리 마주하여

일 년 농사에 쓸 짚 꼬는 작업 시작한다.

 

몇 가닥의 매끈한 지푸라기 뽑아 든 아버진

손이 푸석하지 않도록 양손에

침을 퉤퉤 연거푸 뱉어

좌우 손에 쥐어진 지푸라기 싸르락싸르락

두꺼운 시간의 손을비비며 꼬여진다.

양반자세로 앉아

오른쪽 엉덩이 사이로 눌려져

누에 실처럼 가느다랗게 뽑아져 나오는

양쪽으로 비틀어 꼬아진 핼쑥한 짚의 얼굴

길고 긴 겨울 첫 밤 맞이한다.

 

두루마리 휴지가 널 부러져

어지러  흩어진 긴 줄

아버지는 둘둘 말아 한쪽으로 정리하고

어머니가 갓 쪄온 따끈하고 물컹한 고구마

물김치와 함께 야참으로 가난한 허기 채운다.

 

호롱불이 바람에 길게 흐느적이는 용오름으로

방안엔 독특한 석유 냄새가 가득 차고

코끝 인중에 두 줄의 검은 파스텔 묻어

새롭게 만들어준 길 열릴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짚으로 짜여간 긴 시간의 새끼줄 만드는 작업

겨울밤 저물도록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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