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썹의 희망

 

                            최 신 림

 

부평 화랑 농장으로 가는 길

에스자로 길게 꼬부라져 한참 드리운 외길

신도시 바람이 농장 야산에 불어

오래 동안 박혀 움직이지 않던 돌

뾰족한 부리로 닭이 모이 쪼으며 허적거리듯

*크략샤가 이 곳 저곳 마구 쑤셔댄다.

 

흔들리는 슬레이트 지붕

화장대 앞에 힘없이 쪼그려 앉은 노인은

내 의지와 관계없는 우스꽝스런 형태의 얼굴로

모로 비스듬하게 어깨 비틀어

반사된 환영幻影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전생의 천형 지우기 위해

기억이 가물가물한 눈썹 떠올리며

좌우로 떨리는 굽은 손가락에 힘 준다.

 

무슨 죄 지었기에 구천에서 떠도는 원귀

꿈속까지 찾아와 목 놓아 울면서

한쪽 눈썹 떼어 갔을까

사람이 쏟아 붓는 차디찬 멸시의 눈 피하여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고

 

몇 가닥 남지 않은 눈썹 덧칠하다

자꾸 엇나가 지우고

몇 번 실랑 거리는 푸념

 

개발의 바람이 산과 집 깎아내고

허름한 닭장과 돼지 막

매몰차게 걷어내 버린다.

 

생활 터전 빼앗긴

노인은 더 이상 이사 갈 곳 없어

얼굴에 잔주름이 자글자글 샛강 이루고

 

뼛 속 스며든 잔금으로 파고든 상처

오늘도 이 악 물고

일그러진 한쪽 눈에 혼신의 희망

조심스레 불어넣는다.

 

*크락샤: 돌 깨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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