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최 신 림

 

풀꽃 바람 흔들리는

망사 철망 붙어 타고 오르는

돋은 가시 깊숙이 숨긴 넝쿨장미

*옹골천 길섶에 흐드러지게 얼굴 내민다

시간 여유 찾을 수 없는

빠른 문명 노예로 빠져드는 사람

느린 걸음의 미학 알 수 없는 듯

앞 쫓아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무엇이 즐거운지 재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뒤꽁무니 와류로 빨려 드는 관성의 힘 휘둘려

세상 물정 모르고 소복하게 피오르는

여러 겹으로 껴안은 보송한 꽃송이

조막손 꽉 쥐고 자신 의지와 무관하게

좌우 앞으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일자 올곧은 길 따라

수 백 미터 늘어선 선홍 장미

까칠까칠한 등줄기

활 모양 휨 자랑삼아

마름모 담장이 연출하는 기교로

한 움큼 쭉 밀어

타원으로 터지는 칼칼한 홍조 웃음

햇살 도움받아 오월 향기 퍼져 난다

 

*옹골천: 정읍시 망제동에 위치한 너른 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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