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금



                         
 최 신 림


그녀 눈가엔 애써 숨기려는 긴 이야기

슬레이트 처마 낙숫물로 붙잡혀

커다란 눈방울 껌벅이며

애가 타도록 시들어가고


바람을 다 불어넣지 못한 풀무

덜 마른 눈물 부풀려 드리워진다.


신이 내 던진 운명 손아귀 꼭 쥐고

위암과 혈액투석으로

빼앗기는 희망이 작은 꿈

눈물로 목 놓아 밀쳐놓을 수 없어

지워져 가는 야속한 행복 지키려

야위어진 휠체어 더욱 힘준다.


감추고픈 얄궂은 판도라 상자

이른 저녁 불어오는 찬바람

바튼 기침으로 성가시게

눈 치켜세워 잠재우지 않고


박박 밀어버린 민머리 빵모자

같이 갈 수 없는 갈림길에

내 마음 풍금소리로 서글프게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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