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동

                             최 신 림                 

 

탯줄을 거두고 걸어왔던 곳

신선이 은둔하며 살았다고 하여 선은동

어렸을 때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았다

길 하나 두고

선은동과 명덕동으로 나뉘었었는데

지금은 수성동과 연지동으로 바꿔지고

슬레이트 지붕은

축축한 세월 잠식한 이끼

어스름하니 달동네 연상케 한다

구판장이었던 동네 회관엔

아는 사람 얼굴 없고

산언덕으로 향하는 옛길

이방인 마음 뒤 흔든다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 올라보니

산이 묵고 시누대가 무성하여

산길 좀처럼 열어주지 않는다

간간히 6.25 이야기 들으며 자랐던 곳

인민군 헬기가 탱크인 줄 알고 해평리에서

총알 퍼부었다는 바위 찾아가 보았지만

바위에 박힌 녹슨 총알 흔적 어렴풋하고

그냥 돌덩이 덩그러니 우거진 숲에 가려 있다

하늘의 뜻 안다고 하는 지천명

세월은 강물로 흘러가고

철들지 못한 빈 가슴

지금도 방황의 바람 가슴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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