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꿈 1

 

                                           최 신 림

                          1

좁은 교정엔 많은 입학 초년생들

즐비하게 늘어서서 오리엔테이션

듣기 위하여 추위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국문학과 선배로서 입학생을 찾아보았는데

신입생 한 명도 보이질 않아

다른 과에 물어물어 수소문해보니

덕천 삼거리 욕쟁이 할머니가 장사하는

허름하고 옹색한 주막집에서

나를 빼놓고 찌그러진 주전자에

시금털털한 막걸리 먹고 있단다.

 

소주 맥주보다 막걸리  더 좋아하는

나를 부르지 않고 지들끼리 가 버려

왕따 당한 듯 서운도 하고 괘씸하여

더 이상 찾지 않았는데

얼마 후 얼큰하게 취한 군대 후임병

식당에 비스듬하게 다리 꼬고

꽈배기처럼 꼬인 혀 어눌하게

자기가 미당 선생님 가까운

옆방  배정받고

나는 미움받았는지

땅의 블랙홀로 쑥 빨려 들어간

지하 3층이라고 취한 소리로 떠든다

이런 날벼락 있나

바람에 게눈 감추듯 지하 3층까지

느려 터진 전동차 타고 내려가

야속한 마음에 문 빠끔히 여니

아무도 없고 텅 빈 어둠만 와락 안기더라.

              2

아마 장소가 고등학교 교실인 것 같다.  

내 짝이 누가 되었는지

얼굴 잘 보이질 않고 큼직한 뒤통수만 보여

누구인지도 모르겠는데

젊고 호리 한 그 여선생님은 내 쪽으로

또박또박 걸어오는 것이다.

짝은 세상모르고 엎드려 쿨쿨 자고

나는 선생님 허스키한 아리따운 얼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딴청 피우는 척하고

눈 마주치지 않게 가끔 한 번씩 돌려다 보았다.

 

선생님은 내가 가끔씩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링불링 한 치마 입은

그곳이 가려운지 조심스레 긁는 거야

내가 불그레한 쑥스러운 얼굴로

힐 힐끔 쳐다보는 것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게

검지의 기다란 손가락으로 긁고 있는데

내 가슴은 쿵쿵 뛰지도 않고

나이 먹은 탓인지 갱년기인지  

그냥 무덤덤하게 곁눈으로

바라보는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3

어느 지저분한 우사가 보이고

몇 마리 없는 소들 중 이상하게

한 마리 소가 나를 보며

주둥이 날름거리고 되새김질하는

웃는 모습으로 보는듯하다.

 

내 꽁무니를 개구쟁이처럼 졸졸 쫓아다녀

삐뚤어진 누런 덧니 빨 히죽히죽 거리고

침이 물엿처럼 흘러내리는 뭉툭한 혀를 쭉 내밀어

내 얼굴을 핥아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상한 웃음으로 웃는 소.  

 

바람에 덜컹이는 창문 소리

깨어보니 새벽 네 시

찬 새벽 공기에 맞으며 연탄 갈러

보일러실 가며 연신 웃었다

참으로 얄궂고 해괴망측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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