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꿈 12

 

                                           최 신 림

 

 시오리나 떨어진 선산을 벌초하러 걸어간다.

산 초입, 다른 문중 벌초하는 곳에 발 멈춰 어떻게 하나 바라보고 있

었다. 그곳에는 말벌이 엄청 많이 날아다녀 쏘이면 죽을까 나는 무서

워 가슴 조리고 있었다. 묘하게도 사람 쏘지 않아 다들 개의치 않고

일 하는데 갑자기 육십 넘은 한 사람이 뛰어오더니 묘 바로 앞 상석

에 있는 큰 말벌집 손으로 허적거려 바닥에 던져 발로 팍 뭉개 버렸

다. 신기하게도 죽지 않고 얼었던 번데기들 땅바닥에 쫙 퍼져 스르르

녹으며 징그러운 애벌레로 사방 기어 다니며 내게로 다가왔다. 중년

은 다시 모두 쓸어 모아 제자리인 대리석 상석에 놓고 절 두 번 하는

거야 부화가 덜됐다고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며 산소 다다르고 우리

조상 묘가 다른 문중에 비해 봉분도 작고 잔디도 듬성듬성 자라 초라

하여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서글픈 마음으로 벌초 마치고 내려오

는 중간쯤 어느 묘가 크고 둘레석이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되어 화

강암 비석에 써진 글은 읽어보니 태조 이성계라고 국한문 혼용하여

큼직하게 쓰여 있어 부러웠다.  잠시 후 사모관대 입은 백발노인 몇

몇이 긴 수염을 휘날리며 시제 모시러 올라온다. 오색 한복 입은 여

인이  그 뒤 따르고 수 십 명 사람들 줄지어 오는 사이 비집고 어렵사

리 내려가 어느 쯤 가니 무지 넓은 큰 강이 눈앞에 펼쳐져 거칠게 흐

르는 곳을 한가로이 뚝방길 홀로 걷다 내 손에 쥐어진 여러 개로 쪼

개진 대나무 비탈진 곳으로 떨어져 그것을 줍다 그만 물속으로 쭉 미

끄러져 빠져버렸다. 빠져나오려 허우적이며 물가 쪽 수문에 세워둔

사각으로 촘촘히 짜진 철망 겨우 잡고 올라 이젠 살았구나 하며 안도

의 숨 쉬는 찰나 큰 철망이 기울면서 같이 강 물속으로 퐁당 빠져 버

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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